'5兆 대어' DIG에어가스 매물 나오나…물 밑서 뛰는 IB들

입력 2023-06-01 07:30  

이 기사는 06월 01일 07:3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호주계 사모펀드(PEF)인 맥쿼리자산운용(맥쿼리PE)가 국내 최대 산업용 가스 제조업체인 DIG에어가스(옛 대성산업가스)의 매각을 저울질하고 있다. DIG에어가스는 기업가치 5조원 안팎으로 하반기 인수합병(M&A) 시장 최대어로 부상하고 있다. M&A 자문을 선점하기 위한 투자은행(IB)들의 눈치 싸움도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절차가 본격화되기 이전부터 인수 후보들과 잠재적으로 접촉하면서 군불을 떼고 있다.

31일 IB 업계에 따르면 몇몇 글로벌 IB들은 대형 PEF와 기업들을 접촉해 맥쿼리PE의 DIG에어가스 지분 100%에 대한 인수 의향을 묻고 있다. 공식 매각 자문사로 선임된 곳은 없지만 IB들이 물밑에서 잠재 인수후보를 찾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몇개월 전까지도 맥쿼리PE 내부에선 2026년까지 회사를 보유하겠다는 방침이었지만 출자자(LP)들의 요청으로 매각 시기를 앞당길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IB들이 자문을 따기 위해 총동원됐다”고 말했다. 맥쿼리 측은 "매각은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M&A 핫매물 된 산업가스
DIG에어가스의 전신은 대성산업가스로 1979년 대성산업(현 대성합동지주)과 글로벌 산업용 가스 기업인 프랑스 에어리퀴드가 합작해 설립한 회사다. 대성산업의 재무상황이 악화하면서 2017년 MBK파트너스가 이 회사 경영권을 1조8000억원에 인수했다. 2년 만에 맥쿼리PE가 2조5000억원에 사들였다.

맥쿼리PE로 주인이 바뀐 뒤 성장세가 이어졌다. 지난해엔 745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6532억원) 대비 14.2% 늘었다. 영업이익도 2021년(1392억원)보다 14.3% 늘어난 1591억원을 기록했다. 맥쿼리PE가 인수했던 2019년 말 1650억원을 기록한 상각전영업이익(EBITDA)는 지난해 2200억원 수준까지 뛰어올랐다.

인수전이 본격화되면 주요 국내외 PEF와 SK그룹 등 연관사업을 꾸리는 기업들이 대거 관심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DIG에어가스는 40년 이상의 업력을 바탕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업체들과 장기 공급계약을 맺어 안정적인 현금을 창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으로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에 쓰이는 특수가스의 일종인 네온가스가 품귀를 겪으면서 호실적을 거두기도 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고객사로부터 물량과 가격을 보장받는 장기공급계약이 맺어져있다보니 공급망 붕괴로 인한 가격 상승이 고스란히 이익으로 이어졌다"라며 "안정적 캐시카우 측면에서 PEF들이 가장 선호할 매물"이라고 말했다.

DIG에어가스를 포함한 산업용가스 업체들은 공기 중에 존재하는 산소, 질소, 아르곤 등을 ASU 설비로 정제해 가스를 공급한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정유, 석유화학, 철강 등 국내 산업 전반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핵심 소재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대기업들과 장기 공급 계약을 맺고 산업단지 인근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해 설비를 구축했다. 초기 진입장벽이 높아 국내에선 DIG에어가스, 그린에어, 에어프로덕츠코리아, 린데코리아, 에어퍼스트 등 5개사간 과점 시장으로 구축돼있다.

이 중 DIG에어가스는 2021년 기준 점유율 22.6%로 국내 선두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반월, 여천, 대전, 구미, 파주, 울산 등 국내 주요 산업단지에 가스를 공급해왔다. 매각이 본격화되면 계열사인 SK머티리얼에어플러스를 통해 동종 사업을 꾸리는 SK그룹과 국내외 대형 PEF들이 대거 관심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9년새 다섯번째 손바뀜
산업가스 분야가 안정적인 현금 창출원으로 각광받으면서 M&A 시장에서도 뜨거운 매물로 주목받았다. 대성산업(현 대성합동지주)이 프랑스의 에어리퀴드간 합작사로 출범한 이 회사는 2014년 3월 대성합동지주가 에어리퀴드 지분 40%를 인수하며 동업 관계를 끝냈다. 같은 해 골드만삭스PIA가 대성합동지주가 사기로 한 에어리퀴드 보유 지분 40%와 대성산업가스 전환사채(CB) 등 총 60% 지분을 인수하며 새 대주주가 됐다. 3년 뒤인 2017년엔 대성산업과 골드만삭스PIA가 전체 지분을 팔기로 해 매물로 나왔다. 이를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후 2019년 맥쿼리PE에 매각했다. 맥쿼리PE의 매각까지 성사되면 9년여만에 다섯번째 주인이 바뀌는 셈이다.

매각 과정을 거치면서 기업가치도 급격하게 오르고 있다. 골드만삭스PIA가 2014년 당시 대성산업가스 지분 60%를 확보하기 위해 지급한 금액은 총 4200억원이었다. 기업가치는 1조원 안팎에 불과했다. 이를 2017년 1조8000억원에 인수한 MBK파트너스는 2019년 맥쿼리PE에 2조5000억원에 매각해 7000억원 이상의 차익을 올렸다. 매각 측은 지난해 연간 EBITDA인 2200억원의 20배 이상을 적용해 4조원 중반 이상이 몸값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지난해 이후 급격히 개선된 실적을 기업가치에 온전히 반영해야할 지를 두고 매각 측과 인수 측의 이견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산업가스의 공급망이 흔들리고 이로인해 공급가격이 상승하면서 DIG에어가스의 실적도 급등했다. 특히 전체 생산량의 70% 가량이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되는 네온가스 가격이 두 배 이상 급등하면서 수혜를 봤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인수자 입장에선 추후 공급망이 안정화돼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면 실적에도 여파가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일부 기업가치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펼 것"이라고 말했다.

갑작스런 DIG에어가스 매각설에 앞서 지분 매각 절차에 먼저 뛰어든 산업용가스 4위 업체인 에어퍼스트 M&A도 유탄을 맞았다. 에어퍼스트의 대주주인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는 에어퍼스트 지분 약 30~50%를 매각하기로 하고 현재 4곳 내외의 PEF들과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데다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DIG에어가스로 원매자들이 이탈할 경우 에어퍼스트 매각 절차에도 변수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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